이집트 사태 4. 잠깐! 중동정세 전반 먼저 돌아보기 세계와중동

이집트 사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최근 중동권에서 어떤 정치적 역학관계가 작동하고 있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아래 분석이 꼭 맞는다는 보장은 없지만, 필자가 나름 관찰하며 정리한 바이니 참고가 될 듯!

1. 지배이념의 변화: 아랍민족주의에서 이슬람부흥운동으로

● 중동 정세를 파악하는 데 있어 가장 기저에 있는 변화 분석 요인은 정체성의 구조임. 중동 지역을 구성하는 정체성은 1) 부족주의 정체성 (Assabiyyah), 2) 근대 국민국가 정체성 (Wataniyyah), 3) 민족주의 정체성 (Qawmiyyah) 및 4) 종교 정체성 (Islamic Ummah 또는 Millet) 로 구분할 수 있음.

● 정체성의 구조는 곧 중동의 정치 변화를 추동하는 경향을 나타내 온 바, 양차대전 이후 중동 지역내 국가 건설이 가속화되면서 195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는 식민주의 유산에 의한 강제 국가 분립, 즉 영국과 프랑스가 주도했던 오토만 제국 영토 분할에 대한 반발로 아랍의 통일을 추구하는 '아랍민족주의 운동'이 일어났고, 이집트의 가말 압델 낫셀 (Gamal Abdel Nasser)과 시리아, 이라크를 중심으로 하는 바트당 (Baathist) 운동이 주도함.

● 그러나 낫셀이 주도하던 아랍민족주의는 3, 4차 중동전쟁의 패퇴와 낫셀의 후임 사다트 (Anwar al Sadat)의 캠프데이비드 협정 참여로 인해 점차 약화되었고, 결국 이라크의 쿠웨이트침공을 결정적 계기로 하여 아랍의 정체성은 희석되었음.

● 결국 이념의 공백상태에서 아랍 대중들은 심리적 패배감과 박탈감을 느끼게 되었고, 이러한 심리적 허무주의를 토양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정치지향 (political orientation)이 바로 종교 공동체에 근거한 이슬람 부흥운동 (Islamic revivalism)의 모판이 됨. 이슬람 부흥운동은 과거 7세기 선지자 무함마드의 사후 4명의 칼리프 (Caliph, 대리인)에 의해 다스려지던 소위 '영화로운 칼리프의 시대' (Caliph Rashidun)의 시대를 지향하며, 당시의 본원적 민주주의 이념과 지중해권의 이슬람 강성제국의 토양을 희구하는 심리상태와 연계됨.

● 이슬람 부흥운동의 이념 정향은 온건-점진주의로부터 과격-급진주의까지 다양한 형태의 스펙트럼이 존재해 왔으나, 냉전체제 붕괴 이후 아프가니스탄에서 과거 소비에트와 맞서싸우던 무자히딘 전사 세력들이 귀향하여 자신들의 이슬람 원리주의 이념을 고향에서 구현하기 위한 노력을 시작하면서 다양한 형태의 이슬람 저항운동이 각처에서 뿌리내리게 됨.
(이집트의 무슬림 형제단, 사우디의 알 카에다, 알제리의 GIA, 체첸반군 운동, 신장 위구르 이슬람 저항운동 등)

● 여기에 9.11 이후 벌어진 일련의 정치상황 (이라크 사담 정권의 붕괴, 아프간 탈레반 정권 붕괴 등)으로 단순 국외자이자 시아 이슬람 혁명의 주체세력이었던 이란의 영향력이 급격히 부상하면서 '이슬람 신정주의' 논의가 가속화되는 현상이 나타났음. 현재 이러한 구도 즉 "이란의 부상 + 이슬람 부흥운동의 발호" 라는 상황속에서 향후 중동 정치 지형이 구성되어 나갈 것으로 파악됨.



2. 민주주의 체제 이행 시도와 그 임팩트

● 대중동정책을 수행하기 위한 미국 부시행정부의 이론적 틀은 '민주평화론' (democratic peace) 의 테제였음. 이는 '민주주의가 정착한 국가끼리는 전쟁을 하지 않는다'는 경험적 전제를 바탕으로 접근으로서 중동의 고질적인 불안정성 (inherited instability)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중동 전역을 민주화하여야 한다는 정책적 판단으로 귀결됨.

● 이러한 민주평화론의 맥락에서 부시 행정부는 '정권의 교체 또는 정권 변환' (regime change or regime transformation) 이라는 전술적 정책을 구사하려 하였고, 소위 확대중동구상 (the Greater Middle East Initiative)라는 정책으로 발현됨. (2004년 Georgia 주 Sea Island G8 정상회담에서 제안됨)

● 확대중동구상에 의거, 중동 각국에서는 소위 민주주의 체제 정착을 위한 각종 시도가 나타났고, 대략 각국의 선거제도에 가시적인 변화로 귀결되었음. 그러나 미국의 민주주의 확산 의도와는 달리, 민주주의 선거를 통해 중동 각국의 '이슬람 정치운동 세력'이 대거 제도권으로 진입하는 결과가 도출되었고, 이는 오히려 분쟁과 갈등의 장이 확대되는 결과로 연결되는 현상이었음.

●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입법의회에서의 하마스의 승리, 이집트 국회의원 선거에서 무슬림 형제단 (al Ikhwan al Muslimin)의 대거 당선, 레바논 헤즈불라의 제도권 진입 및 각료 배출, 쿠웨이트 이슬람 저항세력의 의회 진출 등 기존의 친미 정권을 위협하는 반정부, 반미 세력의 대거 제도권진입으로 인해 서방진영이 예상하지 못한 정치적 불안정성이 증대되는 결과가 도출됨.

● 미국의 기본적 의도는 이라크의 민주화, 아프간의 민주화를 통해 잠재적 최대 위협세력이었던 이란 이슬람 공화국의 변화를 추동시키는 데 있었던 것으로 파악되나, 오히려 역으로 이란의 신정주의 이슬람 운동에 대한 향수와 동경이 중동 전역으로 확산되고, 특히 이라크의 경우 이란의 영향력이 더욱 확대되는 역설로 나타나게 됨.

● 결국 미국 및 서방의 정책 선택의 옵션은 이슬람 정치세력을 무력화시키고 온건 세속주의 세력의 등장을 도와주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하는 상황이므로 오바마 행정부는 이러한 정책적 변화와 관련하여 고민을 하는 것으로 판단됨. 더 이상 절차적, 형식적 민주주의를 강제하기는 힘든 상황이며, 오히려 이슬람과 정치가 분리될 수 있는 우호적 토양을 어떻게 제공할 것인가가 관건임.

● 이 과정에서 기존 유럽이 북아프리카 지역과 관계 구축을 위해 시도했던 소위 환지중해 협력구상 (Barcelona Process)의 전략이 중동정치질서 안정화를 위해서는 더욱 적실성이 있다는 판단이 제기되고 있음. 본 구상은 정권교체나, 정권변화를 추구하는 민주화 확산 전략이 아니라, 유럽의 문화와 이슬람권의 문화교류를 통한 각 분유의 Good governance 구축을 시도하는 것으로서 이를 통해 점진적인 상호 이해와 민주주의, 다원주의, 자유주의의 가치를 확산시킬 수 있다는 정책적 판단임.



3. 이란의 부상과 시아파의 연대

● 보다 현실적이고 당면한 정세 변화요인은 이란의 부상을 들 수 있음. 중동 정치의 안정성을 규정하는 두 핵심지역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과 걸프지역 정세라 할 수 있는 바, 미국은 고전적으로 걸프와 이스라엘을 대중동정책의 양대 축으로 삼아왔고 이란의 부상은 본 양대 중심지역의 안정성과 관련하여 매우 강력한 변화요인이라 할 수 있음.

● 세계 최대 유전지역인 걸프 지역 정세를 볼 때, 이란의 부상과 시아파의 연대는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음. 이란과 이라크 그리고 바레인 및 사우디아라비아 동부 알 하싸 지역으로 이어지는 시아파 밀집 지역은 이란의 영향력과 시아파 신정주의가 이미 편만하게 자리잡고 있는 상황임. 따라서 호르무즈로 연결되는 페르시안 걸프 지역을 둘러싼 시아파의 포진 현상은 미국 및 국제사회가 볼 때 에너지 수급과 관련하여 최대 위협적 연대가 맺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봄.

● 이스라엘의 안전보장과 관련하여 이란의 부상과 시아파 연대는 이란-이라크-시리아 (비록 수니파가 다수인 국가이나 현 대통령은 바샤르 알 아사드는 시아파의 변종인 알라위 파임) 및 레바논 시아파 정당인 헤즈불라로 이어지는 구도는 바로 이스라엘 머리위에서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위협으로 인식할 수 있음.

● 이러한 시아파의 연대에 관하여 국제정치학계에서는 논란이 많으나, 이란의 부상이 가시화되고, 이란과 시리아의 연대는 현재시제로 강고하게 작동하는 바, 최근 이라크 총선을 통해서 구성될 정부의 성향이 만일 무끄따다 알 사드르가 이끄는 친이란파의 노선으로 기울 경우 사실상 중동 걸프지역과 이스라엘을 아우르는 이란의 정치적 레버리지는 급상승할 수 있는 상황임. 이에 대하여 이란의 부상에 큰 위협을 느끼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왕정국가들은 이란의 부상에 대응하는 새로운 안보 공동체 구축을 시도하려 하고 있으며 이는 MATO (Middle East Ant-terrorism Organization) 등의 구상으로 조심스럽게 타진되고 있음.

● 여기에 핵개발 의혹과 관련하여 국제사회는 P5+1을 중심으로 이란 핵무기 개발을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으나, 중국, 러시아의 입장 차이 등으로 인해 현재까지의 상황은 해결책 모색이 쉽지 않게 진행되고 있음. 결국 국제사회가 이란을 책임 있는 지역 헤게모니 국가로 인정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고 있는 것으로 보임.

● 이란의 부상은 전술한 '이슬람 부흥운동의 부상'과 맞물려 향후 헌팅턴의 테제처럼 문명의 충돌 가능성 구도가 심화되는 가운데 중동의 이슬람화를 견인하는 이슬람 주축세력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국제사회에서는 심화되고 있고, 특히 이란과 중국과의 연대는 향후 새로운 냉전 구도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배태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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