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금니, 발가락 세렌디피티

어금니가 많이 아팠다. 치과에 갔더니 치아는 괜찮은데 치주염이란다. 일년에 두번씩 꼬박꼬박 해야 하는 스케일링을 한 2년 안했더니... 잇몸이 많이 안좋아졌다. 여하튼 몇일간 어금니가 욱신거리니 온 신경이 어금니에게 집중이 될 수 밖에 없었다. 

내겐 다른 고질 병이 하나 더 있다. 통풍 (gout)이다. 주로 엄지발가락에 나타는 병이다. 이건 사람 잡는 병이다.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이 아프다. 가만히 누워있어도 도대체 어찌할바를 모를만큼 발가락을 도려내는 것 같다. 피 안에 있는 요산 (uric acid)가 대사를 통해 배출되지 않고 계속 남아있다가 관절 부위에 침착해서 생기는, 무시무시한 고통이 수반되는 병이다. 

가끔씩 통증이 찾아오면 아예 일상생활이 불가능하고 온 신경이 발가락으로만 간다. 물론 주사맞고, 약먹으면 신기하리만큼 바로 괜찮아진다. 따라서 해외 출장이나 장거리 여행시에는 반드시 급성 통풍약을 챙겨간다. 이거 없을 때 발작이 오면 그야말로 '상황 끝'이다. 

몸의 어느 부분이 아프면, 그 순간부터 모든 신경과 관심이 그 부위로 집중된다. 내 머리는 어떻게 하면 이 통증을 덜고, 치료할 수 있을까에 몰두한다. 내 손을 통해 인터넷 서치를 하고, 내 귀와 입을 통해 가까운 후배 의사에게 (윤재야, 진호야 고마워) 바로 전화해서 지시를 받는다. 

어금니 밑 잇몸 일부와 엄지발가락 관절이라고 해야 사실 보통 땐 큰 관심도 없는 부위다. 뇌와 심장, 간 등과 같이 생명과 직결된 부분이 아니라 별무관심이다. 그러나 한번 아프면 가장 소중한 부위가 된다. 항상 초미의 관심사가 된다. 

누군가 말했듯, "아픈 곳이 중심이다" 이 말이 절절하게 와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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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국민이 되었다는 것은 '국가'라는 하나의 유기적 공동체 안에 들어와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유기적 공동체라 함은 모든 분절적 존재들이 따로 독립된 것이 아니고, 신경과 혈관과 근육 등으로 섬세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어느 한 부분의 고장은 전체의 고통으로 연결되게 되어있다는 점이다. 

이 나라의 성원으로 살아가면서, 결국 사회 그늘진 곳의 아픔에 천착하지 못한다면 이미 그 유기성은 매우 위기에 처한 상태이다. 나만 잘되면 오케이라는 생각은 무감한 상태에서 점차 썩어들어가는 사지에 다름아니다. 그들이 한숨과 탄식가운데 괴사할 때... 어느 순간 내 생명 전체의 위기가 도래하는 것이다. 

지위고하 빈부귀천을 막론하고, 아픈 곳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권력의 심장 청와대나 타워팰리스 펜트하우스가 중심이 아니라, 사회의 도움이 필요한 '아픈 곳'이 중심이 될 때 그 사회가 치유 가능한 사회이다. 

왜냐하면, 아픔을 느끼고, 그 아픔을 고치기 위한 구체적 액션이 따라오게 마련이니까... 그러나 사회구성원의 아픔에 둔감한 사회... 신자유주의의 광풍속에 이 공동체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지 걱정이다. 좀 아프더라도 참자 한다. 그래야 더 제대로 된 허우대 멀쩡한 몸이 되어 나중에 아픈 곳 일괄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 한다. 아픈 곳에 대한 배려도 좋지만, 성장할 때 병원가서 치료받다가 제대로 못큰다는 논리이다. 그건 더 이상 정상적인 '몸'이 아니다. 

분배보다 성장이 먼저란다. 약자들에 대한 배려도 좋지만 그러다가 분배할 파이가 없어서 못 나누어준단다. 좀 참자고 한다. 아직은 때가 아니란다. OECD회원국이고, 세계 경제 11-12위를 오르락 내리락 하며 국민소득 2만불 시대를 열었지만 아직 성장해야 한단다. 

성장하지 말자는 게 아니다. 키가 커가면서도 아픈 곳은 좀 치료도 하고, 안 아프도록 관심좀 갖자는 말이다. 

아픈 곳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아픈 곳에 나머지 사회성원의 관심이 집중되어야 한다. 그게 정상적인 '몸'이다. 작은 부위 아픔들에 부러 눈감으며 계속 달리기 하자고 한다면... 일찍 죽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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