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출장 때 대사관 직원에게 들은 말.
리비아 사태가 터지고 동부 리비아지역 한인 근로자들이 이집트 국경을 넘어 들어온다는 소식에 밤세워 여권 만들고 (현지 업체라 여권이 모두 트리폴리에 보관되어 있어서) 작업 끝나자마자 전세버스 두대 이끌고 새벽같이 내달려 사막을 지나 국경으로 달려갔는데 근로자들이 국경 저편에 먼저 도착해 있었답니다. 근로자분들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답니다. 두세시간 늦었다는 이유로 온갖 욕을 먹을 때... 우리 대사관이 국민 보호에 관심없다며 리비아로 돌아가겠다고 할 때, 달래고 달래 다시 사막으로 돌아오는 길 온갖 생각이 들었답니다.
달랑 5명 뿐인 한국 대사관 외교부 직원이 그 난리통에 주재국인 이집트 정치변동 추적하며 뛰어다니랴, 기업 상황 지원하랴, 교민 지원하랴 정신없던 차에 옆나라에서 위험을 피해 넘어오는 근로자들을 위해 밤세워 여권만들다가 제시간 맞춰 국경에 도착해 맞지 못한 부분을 조금만 이해해줄 수 없었을까 싶고, 그러면서도 사지에서 빠져나왔을 때 아무도 기다려주지 않는 서운함을 느끼는 것도 당연하다 싶고... 그저 서로 이해하면 얼마든 이해할 수 있는 부분들...
사람이니 실수는 할 수 있는 것. 샹하이 총영사관이나 다른 곳에서 터지는 추문처럼 나쁜 의도나 비정상적 행태를 가지고 일하거나, 업무를 태만히 한게 아니라면... 최선을 다한 그 인텐션만 가지고 먼저 평가해주길 바라는 건 아직은 욕심일까요?
시급한 것은 제발 사람좀 늘려야 한다는 것. 약간 컨택스트는 다르지만 주 이집트 미국 대사관 소속 외교관이 3000명이라고 들었습니다. 우리의 600배인셈인데.... 황당한거죠.
암튼 외교관이라고 파리나 비엔나의 우아한 클럽 샹들리에 밑에서 와인과 샴페인 글라스를 부딪히면서 잘 차려입고 고상하게 일상을 즐기는 직종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라는 사실. 말라리아 약 먹어가면서 정글을 헤치는 외교관이 구석구석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사실. 전체를 보아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오늘 화요일 아침에 문득 듭니다. 국민들 기대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부분은 물론 있겠지만요.
아. 오늘 아침에 결국 '마가 낀 차'를 마셨습니다. 나쁘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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